5년 전, 데뷔 전부터 골수팬이었던 배우 서준영과 작품 할 날을 고대하며 입봉 하자마자 20 %를 찍었던 영광을 다시 끔 재현해내기 위해 작업실에서 열심히 작품을 구상중인 지민은 얼마 전 방송국에서 스쳐지나가다 봤었던 윤수아가 한 말을 떠올린다.

‘작가님 작품 잘 봤어요. 소재도 좋았고 언제 한번 기회가 된다면..’

‘윤수아한테 그런 말을 들을 줄이야.’

12년차 여성스러운 외모에 영화계와 광고주 섭외 1순위로 꼽히며 걸치는 것들마다 완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톱스타 윤수아는 오늘도 물밀 듯 들어오는 섭외 전화와 시나리오에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녀다. 윤수아의 골수팬이자 평범한 공대생이던 강현우는 친구의 제안으로 여성TV쇼프로 우먼스 에 가게 되어 윤수아의 실물을 보게 되었다.

‘야 너 나랑 토요일에 우먼스 방청하러 같이 안 갈래?’

‘야 내가 거기 왜 가냐? 나 과제 밀렸어. 바빠.’

‘너 한가한 거 다 알아. 김효진 실물 좀 영접하겠다는데 같이 안 가줄 거야? 얼마나 어렵게 얻은 방청권인데 한 장 더 있어서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그래 인마. 차였다고 죽상으로 있지 말고 기분 전환도 할 겸 가자 같이.’

‘차이긴 누가 차여?’

결국 두 사람은 우먼스 방청을 함께 가게 되고 대타 게스트로 윤수아가 온 것을 알게 된다.

‘우먼스 MC 김효진입니다. 아 오늘 진짜 엄청난 초특급 게스트가 나와 주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 방청석에도 남성분들이 꽤 계시네요. 정말 이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만한 매력을 갖춘 분이예요. 이분 때문에 오늘 녹화 전부터 저희 스텝들도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는데..소개해 드릴게요.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 윤수아씨 입니다.’

‘곧 있으면 영화가 개봉한다고요?’

‘수아 네. 로맨틱 코미디 장르고요. 러브하트라는 영화예요.’

‘어떤 내용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네. 12년간 친구인 남매 같은 사이에 두 남녀가 서로에 대한 진심을 알아가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알콩 달콩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수아의 미모에 반해 넋을 놓고 보다가 폭탄발언을 듣게 된다.

‘음..제가 좋아하는 분이 계세요.’

그 분도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분은 지금까지 저와 작품을 같이 했던 분 중 한 분이세요. 동료 배우 분이나..아 연예인은 아니고요.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자 효진은 멈칫하다가 다시 진행을 하고 녹화는 가까스로 끝난다.

‘야..너 괜찮아? 내가 편집은 알아서 부탁하겠지만..’

‘괜찮아. 내가 그 정도 각오 안했을까.’

몰래 온 게스트로 등장했던 함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서준영도 걱정스레 물었다.

‘누나 진짜 괜찮아요?’

수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현우는 괜찮지가 않은 듯 했다.

‘야 나 그렇게 오랫동안 팬이었는데 처음 알았다? 좋아하는 사람 있었다는 거..’

‘방송 중에 왜 그런 말을 했지? 아주 해맑게 말하더라?’

수아가 폭탄발언을 했다는 기사가 나며 실검에 오르게 된다.

‘정민아 차 좀 세워봐.’

‘기사 봤어요?’

응.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너 예능 나온다는 소식 듣고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데 말해버리면 어떡해?

‘나..내가 잘못한 거 아는데..아니 나 솔직히 그게 잘못한 건지도 모르겠어. 남들 다 평범하고 떳떳하게 사랑하는데 우린 왜 이렇게 숨기고 들키지 눈치보고 그냥 우리 다 밝혀요. 난 그랬으면 좋겠어.’

정민은 이때 창문을 두드리며 말한다.

‘대표님이 회사로 빨리 오라고 하시는 데요?’

‘응. 알았어. 끊어야겠어요. 나 회사 가봐야 해.’

2년간 비밀 연애 중이었던 영화감독 박현수와 통화를 한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노발대발하는 소속사 대표 연경.

‘너 어떻게 된 거야? 내가 그 프로 나가지 말라고 했지? 방송 전인데도 추측성 기사 나오고 도대체 방송에서 무슨 얘길 한 거야? 너 감당 할 수 있니?’

아무 말 없이 한참 있다가 한숨 쉬고 말을 꺼낸다.

‘난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았어. 내가 다 책임질게. 김대표한텐 미안해. 우선 영화 일정부터 먼저 소화하고 얘기하자.’

한편, 밴드 부 팀원들이 여행 간 후 친구 재현과 세하와 현우는 윤수아 주연의 러브하트를 예매해 보러가기로 한다.

‘애들도 일주일 후에나 올 것 같은데. 재현이가 우리 제주도 3박 4일로 가자는데 넌 어때?’

‘니들끼리 다녀와라. 난 별로 안가고 싶어.’

‘너 안가면 무슨 재미로 가냐?’

‘재미있게 놀다와. 난 원래 집 돌이잖아. 나가는 거 별로 안 좋아 하고.’

‘그럼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자. 너도 좀 여행도 좀 하고 연애도 하고 그래 인마. 윤수아만 좋아한다고 그 여자가 너 알기나 하냐. 너 존재하는 것도 모르지.’

‘윤수아가 지금 왜..’

‘아 말나온 김에 그럼 다음 주에 러브 하트 보러갈까? 아무리 집 돌이여도 집 근처 영화관 정도는 나올 수 있지? 너 영화 ’‘보는 건 좋아하잖아?’

지민도 다은에게서 연락을 받는다.

‘응. 왜?’

‘영화 언제 보러 갈건가요?’

‘웬 영화?’

‘아 그 서준영 나온다는 그 러브 하튼가 뭐 시긴가 하는 거..’

‘같이 보러 가줄 거야?’

‘뭐..봐서. 무슨 내용인데? 공포,스릴러. 그런 거 딱 질색인거 알지?’

‘전직 작가였던 사람이 너무 가리는 거 아냐? 재밌는 내용이야. 니가 안 좋아할 만한 작품은 아니고.’

목소리 밝아지며 들떠서 말하는 다은.

‘그럼 내가 예매해 놓을게. 다음주 300만 돌파하면 게릴라 무대인사 온다고 했는데 왔으면 좋겠다. 김칫국 마시게 되네. 다음 주 금요일 5시 괜찮지?’

약속 당일 영화관 안 막상 보려니 취향에 전혀 안 맞는지 투덜대는 재현.

‘진짜 이게 최선이었냐? 꼭 윤수아 나오는 영화였어야 해? 영화도 선택의 폭이 되게 넓은 거로 아는데? 출연 배우가 아니라 작품성을 봐야 되는 거야 인마.’

세하도 한몫 거든다.

‘나도 웬만하면 넘어가려는데 남자 셋이서 로맨틱 코미디는 처음 보러온다.’

‘앞좌석에서 좀 보자니까 하필 맨 뒤에 잡아서..’

현우는 영화가 시작할 타이밍만 노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두 친구 모두 내쫓고 상영관을 혼자 독차지해서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참자..참아..그래도 나름대로 배려해서 여행을 포기하고 취향에도 안 맞는 영화 보러 같이 온 친구니까..아니지? 누가 같이 오자고 했나?

아니나 다를까 지민 또한 다은의 깐족거림에 슬슬 짜증이 나고 있었다.

‘야 솔직히 말해봐 너도 솔직히 서준영 나와서 그런 거 지 또 볼 정도로 그렇게 재밌는 영화는 아니었잖아. 그렇지? 니가 오죽했으면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보태 보려고 나까지 끌고 왔겠냐. 정말 니 그 절절한 팬 심 서준영이 모른다는 게 난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프고 막..’

영화가 끝나고 갑작스레 무대인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저기 아직 나가지 마라는 데요?’

‘무슨 무대 인사인가? 있다고..하는 것 같은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이 영화 300만 돌파했다던데. (갑자기 들떠서) 오늘 이 관에 무대인사 오나 봐요.’

두 배우의 골수팬이던 두 사람은 그토록 꿈에 그리던 두 배우를 눈 앞 에서 보게 된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리고 입장과 동시에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준영을 보고 멍하니 쳐다보는 지민.

‘어떻게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더 안보이냐. 이목구비 중 어느 하나 또렷하게 보이는 게 없네.’

재현은 내내 아쉬워하며 아이처럼 입을 삐죽대며 계속 투덜거린다.

‘네..안녕하세요? 윤수아 입니다. 많이 놀라셨나요? 네! 어..우선 저희 영화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감사 인사에 앞서 이벤트를 하나 진행하려고 해요.’

준영이 앞줄의 여성관객들을 향해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다.

‘여기 객석에 계신 분 들 중 추첨을 통해서 저희 두 명과 일일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이용권을 드리려고 하는 데요.’

추첨방식은 제비뽑기로 각각 이성 팬이 쪽지를 뽑아 당첨되는 번호가 데이트 이용권을 얻는 것이다.

관객들은 저마다 자신의 좌석번호를 쪽지에 적고 쪽지 함에 넣는다.

수아와 준영은 각자 하나씩 쪽지를 뽑고 관객들은 수근 거린다.

‘야 왠지 나 당첨될 것 같지 않냐?’

‘야 꿈도 꾸지 마. 나야나!’

‘신기하다. 나 이런 이벤트 처음 해봐. 원래 무대인사 이런 이벤트도 해?’

‘나도 무대인사 몇 번 왔지만 처음이야.’

미소 지으며 지민에게 인사하는 준영.

다은이 그런 준영의 모습을 보고 지민에게 말을 한다.

‘야 너한테 인사하는 것 같은데?’

‘나한테?’

갸우뚱 거리며 시선을 돌리는 다은.

‘아닌가? 나한테 했나?’

드디어 당첨 결과가 공개되고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자, 이제 공개하겠습니다.’

아까 저희 둘이 슬쩍 봤는데..공교롭게도.. 정말 신기하게 결과가 나왔더라고요.

말씀드려도 되나요? 맨 앞줄과 맨 뒷줄이요.

객석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동시에 탄식과 함성이 어우러진다.

‘야 봐봐. 나잖아. 나’

‘까불지 마. 나라니까.’

두 친구는 여전히 서로 아무 없는 승산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다은이도 처음에는 귀를 의심하는 듯 했지만 내심 기대가 되는 모양이었다.

‘야 우리도 가능성 있어.’

지민은 실소를 지을 뿐이었다.

‘설마. 백 원짜리 뽑기 하나 당첨 돼본 적 없는 사람이야.’

준영과 수아의 당첨자 발표가 이어졌다

‘동시에 말씀드릴게요.’

준영이 먼저 발표를 했다.

‘A열에 5번분.’

이어서 수아도 덧붙였다.

‘M열에 9번분.’

1 쿠자 (1화)
재밌게 잘 읽었어요!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