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프롤로그

항구에서 보이는 밤바다 풍경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어둠 속으로 끝없이 펼쳐진 넓은 바다와 부두를 때리는 파도 소리는 묘하게 어우러졌다. 이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건 부둣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두 사람뿐이었다.

두 사람은 추운 듯 옷깃을 여미고 서서 담배를 깊게 빨았다가 길게 내뱉었다. 담배 연기는 뿜어져 나오기가 무섭게 바닷바람에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인상을 깊게 쓰고 있는 두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서 있었다. 그 중 가죽 장갑을 낀 사내가 소매를 젖혀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짜증 난 얼굴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는 추운 듯 구둣발을 굴렀다. 그때 멀리서부터 남자의 비명이 들렸다.

"아악! 으아악!"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두 사람의 시선이 돌아갔다. 비명이라기보다 악다구니에 가까운 소리였지만 그걸 듣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다.

"새끼들아! 이거 놔, 개새끼야! 놓으라고!"

악을 쓰는 남자는 거친 입과 달리 고급 정장을 한 말끔한 차림새였다. 매끈하게 생긴 얼굴은 두려움과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고, 한눈에 봐도 조직폭력배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정장 차림의 무리에 둘러싸여 질질 끌려 오고 있었다.

남자는 끌려 오면서도 그들을 향해 거칠게 저항을 했지만, 이겨낼 리가 만무했다.

"이거 놓으라고!"

남자는 버럭 고함을 지르며 팔을 잡은 사내의 정강이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아! 이 개새끼…….”

정강이를 걷어차인 사내는 욕을 뱉고는 인상을 찌푸렸다가 눈을 부라리며 남자를 때릴 듯이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앞장서서 걷던 파란 정장의 사내가 뒤를 돌아보고는 하지 말라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고는 남자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배를 걷어찼다. 배에 꽂힌 충격에 남자는 잠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파란 정장은 귀찮다는 듯 중얼거렸다.

"씨발 좆나 시끄럽네."

파란 정장은 꺽꺽거리고 있는 남자를 내려보다 또 때릴 듯이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걸 본 남자는 다급하게 가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아, 아파요, 아파요!"

파란 정장은 몹시 못마땅한 얼굴로 노려보다 다시 부둣가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부둣가에서 손목시계를 봤던 사내는 또다시 시간을 확인하고는, 파란 정장에게 짜증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따 몇시요. 추어 죽는 줄 알았당게."

파란 정장은 약간은 미안한 듯 웃으며 대꾸했다.

"아, 이 개새끼가 얼마나 발악을 하는지……."

파란 정장은 끌고 온 남자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툭 치고는 말을 이었다.

"살아보겠다고 차에서 문 잡고 버티는 바람에 좀 걸렸소. 힘은 어찌나 쎄분지 한 십 분을 안 놓고 버티데."

그는 남자를 붙잡고 있는 부하들을 향해 귀찮은 듯 손짓을 하며 담배를 꺼내 들었다.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남자는 다시 거칠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들아! 전부 죽고 싶어! 지금이라도 놔주면 봐준다. 나중엔 국물 없어!"

목숨을 걸고 발악하는 남자에게, 그를 붙잡고 있던 부하들이 휘청거릴 정도로 흔들렸다. 파란 정장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내며 재미있다는 듯 발악하는 남자를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대단하다, 대단해. 에너자이저여."

곁에서 가죽 장갑을 끼고 있던 사내가 짜증이 가시지 않은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추우니까 빨랑 끝내랑게. 여서 지금 내가 얼마나 서 있었는지 안당가? 볼때기가 떨어져 나갈라 하는구마."

파란 정장이 남자 뒤쪽에 서 있던 부하에게 눈짓을 했다. 신호를 받은 부하는 발광하는 남자의 오금을 걷어차 무릎을 꿇렸다. 다리가 접히며 부둣가의 거친 시멘트 바닥에 무릎이 깨졌다. 남자의 잡아먹을 듯한 표정 뒤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었다. 비 오듯 흘러내리는 식은땀이 가득한 얼굴로 남자는 이를 악물고 소리를 질렀다.

"야, 야! 너희들 내가,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

그의 발악하는 고함에 파란 정장은 손을 들었다. 그러자 남자를 누르던 부하들의 손짓이 우뚝 멈췄다. 남자는 그 틈을 이용해 벗어나 보려고 몸을 흔들었지만 마치 바이스에 물린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파란 정장은 남자 앞에 쪼그리고 앉으며 말했다.

"잘 알지라, 박태수 검사나리."

남자, 태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너희들, 검사를 이렇게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이 개새끼들아? 무기징역 사형이야, 이 씨발 놈들아! 사형이라고 새끼야!"

파란 정장은 콧방귀를 뀌고는 허공에 대고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러자 부하들은 조금 전보다 더 거친 손길로 태수의 몸을 내리눌러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깔아버렸다.

태수는 도마 위에 올려놓은 생선처럼 몸부림치며 발버둥을 쳤지만, 부하들은 익숙하게 밧줄로 태수의 온몸을 감기 시작했다. 손에 감긴 밧줄은 그대로 다리로 내려와 발목에 감겼고, 이어서 부둣가에 위태롭게 놓여있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묶여 있었다. 횟감을 치듯이 태수에게 달라붙어 있던 부하들은 콘크리트에 밧줄을 감는 것을 끝으로 일시에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짧은 순간 정적이 흐르며 바닷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만 들렸다. 그 고요함에 태수의 몸이 떨기 시작했다. 태수는 파란 정장을 바라보며 애원했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파란 정장은 거의 다 피운 담배를 바다로 튕겨 내고는 지체 없이 콘크리트 덩어리를 바다로 밀어 찼다. 태수에게 연결되어 있던 밧줄이 '팽'소리를 내며 태수의 발목을 잡고 빠른 속도로 바다로 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멘트 바닥에 온몸이 긁히며 끌려가는 태수는 비명을 질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비명조차 바다에 삼켜져 버렸다.

몸이 허공에 뜨는 짧은 경험에 태수의 심장은 크게 일렁였다. 이어서 차가운 바다에 발부터 빠져들어 가는 그 순간, 순간이 슬로우모션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에 빠진 태수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이끌려 코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바닷속으로 끝없이 끌려 들어갔다.

태수는 물에 빠져 숨을 못 쉬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자신이 조폭 패거리들 손에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발에 달린 콘크리트의 무게를 고스란히 떠 않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수면 밖에서 보이던 희미한 빛은 점점 멀어졌다.

이럴 리가 없었다. 그가 꿈꾸었던 것은 이런 물고기 밥이 아니라, 세상의 왕이 되는 것이었다.

1 넷에이 (1화)
소설, 영화 모두 재밌는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