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기준. 소송물가액 3,000만 원 이하인 민사 소액소송 접수 건수(2017년 1~6월)는, 작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41만 2,483건으로 집계됐다.

민사 합의소송 건수 역시 작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2만 1,898건을 기록했다.

반면 소가 3천만 원에서 2억 사이인 민사 단독소송 건수는. 작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10만 704건이었다.

<1화 여소이 변호사>

고연서
“이제 저는 어떻게 되나요?”

여소이 변호사는 불안한 눈빛을 하고 있는 고연서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37개월 간 데이트하며 쓴 비용과 그동안 빌려준 돈을 전부 갚아라!

이것이 고연서의 전 남친이 보내온 내용증명의 요지였다.

고연서. 26세. 유케이 섬유 인사부 사원, 미혼.

코를 올린 것 같은데 어느 성형외과 작품인지 비추천이다.

여소이
“이건 말 그대로 내용증명일 뿐이에요.”
고연서
“법적 효력은 없나요?”
여소이
“돈 달라고 그냥 얘기하는 거예요. ‘나는 분명히 얘기했다. 알아들었지?’ 그 소리죠.”
고연서
“그럼 박박 찢어 버려도 되겠네요.”
여소이
“찢는 건 뭐 마음대로. 하지만 내용증명을 받은 이상 안 받은 걸로 할 수는 없어요.”
고연서
“찢어 버렸는데도요?”

돌겠다. 하지만 내용증명이라는 게 날아오면, 그 의미도 모른 채 당장 고소나 당한 듯 가슴부터 쿵쾅쿵쾅 뛰는 게 우리 여성들이다.

여고생 시절 소이도 그랬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 앞으로 수없이 날아오던 내용증명 우편물들.

그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정작 아버지는 청첩장이나 받아 든 듯 무심한 표정이었다.

여소이
“내용증명은 보낸 사람이 한 통 그리고 우체국에서도 한 통 보관해요. 그 둘을 다 찾아내서 찢어 버리면 되겠네요. 발신인이 인터넷으로 신청했으면 그 기록은 우체국 전자문서에 3년간 보관되죠. 그건 삭제하기 곤란하겠다. 해킹이라면 몰라도.”

웃으면서 여소이 변호사가 말했다.

고연서
“우체국은 왜 그런 걸 보관해요?”
여소이
“우체국이 증인이 되어 주는 거죠.”
고연서
“그러니까 보내는 사람 편이네요.”

아, 그런가. 보내는 사람 편이구나.

여소이
“뭐, 그래요.”
고연서
“대꾸하지 않고 그냥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여소이
“그럼 민사소송으로 가겠다고 해 놨네요. 그건 두고 봐야죠.”
고연서
“데이트 한 게 언제 적인데 그 돈을 내놓으라니…… 이런 사람이었나 싶어요. 내가 진짜 사람 잘못 봤어요.”
여소이
“헤어졌다면서요.”
고연서
“이런 사람인 줄 알았으면 진작 헤어졌을 거예요.”

더 일찍 헤어지지 못한 것이 못내 분하다는 표정이었다.

하성미 이것은, 나이 처먹은 조카가 있으면 있었지.

왜 나한테 보낸 거야.

여소이
“잘 안다 싶어도 헤어지기 전까진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죠. 특히 남자는요.”

상담인이 남자였으면, 특히 여자는요. 하고 말했을 것이다.

고연서
“그런데 왜 쪼잔하게 데이트 비용을 갚으라는 거죠?”
여소이
“본인으로선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죠.”
고연서
“억울하다고요? 나도 없는 시간 내서 그 사람 만난 거거든요. 나 좋다는 남자들 다 뿌리치고요. 그런 건 생각 안 하나 보죠?”

없는 시간? 사랑해서, 원해서 만난 것 아닌가?

행여나 다른 놈 만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람을 만나면, 감정상으론 손해 같은데……

짜릿함이 없으면, 안 보면 죽을 것 같은 연정이 없으면 그게 사랑인가.

심심풀이 땅콩이지.

‘똑똑한 척하는 여자들. 실은 바보야. 사랑의 기쁨과 아픔을 절대 모를 거야.’

연애에 관한한 박사로 평가받는 하성미가 한 말이지만 자기 조카는 예외인가 보다.

하긴 하성미 본인도 그런 사랑을 얼마나 해 봤을까.

연애 셋에 사랑 한 번이면, 요즘 세상에 평균치는 넘는 것 같다.

여소이
“그건 상대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굳이 따지자면요.”
고연서
“그렇게 쪼잔한 남자를 어떤 여자가 좋아라 쫓아다닌다고……. 암튼 돈은 안 갚아도 되는 거죠? 기껏 데이트 비용이잖아요.”
여소이
“데이트 비용은 몰라도 빌려준 돈 갚으라는 건 방어를 해야 할 것 같네요.”

고연서의 전 애인 김광민은 3년 동안 데이트를 하며 쓴 비용이 2,500만 원이라고 주장했다.

그중 40%에 해당하는 1,000만 원과 수시로 빌려준 850만 원, 도합 1,850만 원을 갚으라고 통지를 해 왔다.

데이트 비용이야 호의 성격이므로 갚을 의무가 없지만, 대여금은 증거 유무에 따라 따져 봐야 한다.

고연서
“850만 원요? 그건 카드값이 부족하거나 생활비가 모자란다고 하자, 쓰라고 보내 준 거예요. 저도 그 사람이 돈이 부족하다 하면 어떡하든 만들어서 부쳐 줬거든요. 그게 한 200만 원은 될 거예요.”
여소이
“그걸 빼고 청구했네요.”
고연서
“암튼 이 사람 미친 거 아니에요?”

미친 건 몰라도 순진하기는 하다.

내용증명의 내용이란 게, ‘귀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하고 시작했던 것이다.

어디 인터넷 서식에서 보고, 시작은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안 모양이다.

여소이
“요즘 남자들은 대충 미쳤죠.”

여변은 미소를 빠뜨리지 않고 말했다.

고연서
“남자가 무식한 게 뭐냐 하면요. 시간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니까요. 생각해 봐요. 변호사님도 여성이시니까 잘 아시잖아요. 데이트 한 번 나가려면 화장에 옷에 보통 신경 쓰여요? 남자들이야 모자 하나 뒤집어쓰면 패션이 완성된다지만 여자는 거의 전쟁 수준이잖아요. 꾸미지 않은 여자 그런 여자 누가 좋아하냐고요? 다 자기 위해 한 거잖아요. 그런 건 왜 생각을 못해요?”

시간이 돈이라는 건 아니 돈보다 더 중요하다는 건 인정한다.

물론 화장품이나 패션도 다 돈이다.

그런데 출근하는 여자는 아침부터 화장하고 꾸미고 나온다.

꼭 애인 때문에 하는 건 아닌 것이다.

길길이 뛰는 고연서 숙녀도 지금 오피스 걸 차림을 하고 있다.

이런 차림으로 저녁에 남자를 만났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여소이
“자기 애인만은 예뻐야죠. 그래도 남자는 예쁜 여자 지나가면 눈 돌아가고.”
고연서
“맞아요. 거의 강간 수준이죠. 눈빛 보면.”

강간은 몰라도 음심은 있으렷다. 시각에 유독 약한 남자들이니.

오정아
“변호사님. 식사 따로 하실 건지 조 변호사님이 여쭤 보라는데요?”

여직원 오정아가 커피를 내오며 물었다. 32세에 미혼이다.

간호사가 의사와 결혼하듯, 여비서가 같은 사무실의 남자 변호사와 결혼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이 바닥에선 흔한 일은 아니다.

여비서가 진짜 바라는 건 근로기준법 준수다.

야근수당도 안 챙겨 주는 변호사 사무실이 태반이다.

여소이
“아니에요. 기다리시라 하세요.”

상담인과 식사하는 건, 의뢰인이 되어 승소했을 때나 한 번 하면 족하다.

고연서
“몇 월 며칠까지 갚아라. 아니면 소송 들어가고 소송비용과 지연이자까지 물리겠다. 이거 협박 아니에요?”

고연서가 목소리를 높였다.

화장은 곱게 했는데 목소리는 앙칼지다.

회사 근무시간일 텐데, 어디 간다 하고 오전부터 변호사 사무실로 달려온 것일까.

목소리라면 담당 과장이 높여야 할 것 같다.

여소이
“협박은 아니고 본인 생각이나 의지죠. 돈을 송금 받았을 때 차용증 써 준 거 있나요?”
고연서
“아 또 있다. 스타 나오는 날 표는 하늘에 별 따긴 거 아시죠. 그거 예약하는 건 다 내 차지였어요. 그런 거 신경 쓰는 거 그런 건 비용 아닌가요.”

차용증 등 사실관계로 들어가려면 또 이렇게 나온다. 감정 중시가 지나친 여자일 경우, 사건의 본질에 들어가기까지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사실 남자야 뮤지컬 내용이 뭔지도 잘 모른다.

자기 여자가 좋다 하니 따라나서는 거고 누가 출연하는지도 별 관심 없다.

오직 티켓비가 얼마인가 그것만 들여다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가 예매에 아무리 공을 들였다 해도, 남자 또한 ‘그래. 까짓것, 내가 같이 가 준다’ 생각할 뿐일 수 있다.

제3자 입장에서 보면 ‘뭐가 중한디’이다.

여소이
“그렇죠. 그런 걸 남자가 알려면 천지가 개벽해도 모를 거예요.”

그건 남편인 남현수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캣츠 볼까? 오리지날 팀인데’ 하자 ‘외국 고양이가 더 섹시하다는 거냐?’ 하고 헛소리를 낸 인간이다.

‘로펌에서 미국 연수 보내 줬을 때 외국 것들 자알 경험해 봤을 텐데’ 하려다 말았었다.

상담실 유리 밖으로 그림자가 비친다.

박명우 대표 변호사가 지나가며 힐끗 본다.

제대로 된 사건 수임은 안 하고 또 소액소송 상담이냐 하겠지.

그러니까 ‘그거 답 뻔한 거 무슨 상담이냐’다.

강남구 삼성동 15충 빌딩의 2층에 위치한 법무법인 시티즌은, 검사 출신의 박명우 대표변호사, 개업 13년 차 조정환 변호사, 소액소송에 미쳐 있는 여소이 변호사, 공동비서 오정아 씨로 구성되어 있다.

사무실 비용과 오정아 씨 월급 등은 공동으로 부담한다.

그러니 각자 자기 몫은 해야 한다.

여소이 변호사의 경우, 소액소송을 자진해서 주로 맡다 보니 공익변호사냐 소리 듣고 산 지 꽤 되었다.

고연서
“이 남자 어떻게 하면 될까요?”

뭘 어떻게 하냐, 네 남자인데.

여소이
“만나서 잘 얘기해 보세요. 남자가 이렇게 나오는 데는 심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한 결과일 거예요.”

'김'을 만나는 동안 '고'가 2개월 정도 딴 남자를 만났고(조카애가 애인 갈아 치운 게 2개월 전인가 봐. 하고 하성미가 고급정보인양 일러 주었었다) 그게 결정적인 사유일 것이다.

남자는 분한 것이다.

그동안 자신을 이용했나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속사정은 모른다. 두 사람의 얘기는 두 사람만 아는 법.

법률상으로는 둘의 그런 감정보다는 사실 관계나 대여금 성격인가가 중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해결하기 전 상대의 상처 치유가 우선이다.

이런 걸 알면 성숙해지는 거다.

비록 자신은 예전에 그러지 못했지만.

이 작품 뭘로 보면 좋을까?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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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스맘 (1화)
작품 잘 읽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