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암컷이 죽으면 어린 새끼를 홀로 돌보다 새끼가 성장하면 암컷이 죽었던 곳에 가서

자기도 죽는다고 하네요. 함부로 남자를 늑대라고 부르면 안 되겠어요.

저스틴 비버의 Despacito 로 오늘 최소양의 ‘썸 나이트“ 출발합니다. ”

***

언제나 그렇듯 부스 밖에선 라디오 작가, PD 등이 생방 준비로 분주하다.

일 년 넘게 라디오 디제이로 활동 중인 최소양은 요즘 인기 개그우먼으로

상종가 중 상종가다.

77사이즈는 족히 되어 보이는 몸매지만 얼굴만은 개그계의 ‘수지’로 불린다.

얼굴이 예뻐, 드라마에도 간간이 출연하고, 중국 등 각지로 팔려간 드라마 덕에

한류스타로도 발돋움중이다.

빼빼 마른 몸매를 가진 연예인보다 편해서 그런지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좋다.

통통족들 사이에선 당당함으로 인기, 다른 연예인들은 견제의 대상이기보단

고민 털어놓을 수 있는 동네 친구처럼 편안하게 생각한다.

사실, 연애경험이 전무한 모태솔로 최소양이지만 이상하게 연애상담은 그 누구보다

최고로 잘한다. 연애를 책으로 배워서 이론에 정말 완벽하다.

몇 개월 전부터 밤 시간대의 라디오 진행도 맡은 걸 보면 최소양의 전성시대가 분명하다.

“최소양의 썸 나이트, 오늘은 최고의 그룹~~..스카이의 윈드, 스콜과 함께합니다~

이렇게 모시기 어려운 분들과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어서 오세요!“

라디오 부스로 들어오는 인기그룹 ‘스카이’의 윈드와 스콜.

멀리서부터 비치는 후광이 과연 한류 스타답다.

“최소양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재밌다고 해서 꼭 출연해보고 싶었어요.. 팬입니다.”

180cm를 훨씬 넘을 것 같은 큰 키에 속 쌍꺼풀이 가늘게 진 눈.

그 위에 조용히 자리 잡은 속눈썹. 길고 흰 얼굴과 손가락.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외모다. 스타란 원래 이런 존재가 아니던가.

그런데........윈드는 말이 없다.

조용히 눈 인사만 하고 우수에 찬 듯 멀리 스튜디오 창밖만 보고 있다.

베이지색 터틀넥이 우수엔 찬 그의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둘의 인사가 있자, 청취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오늘 스카이 두 분이 해결해 주신 사랑 고민 사연은 바로 이겁니다.

처음 만남 남자와 키스했어요. 너무 급한 거 같아요. 혹시 그 남자 선수 아닐까요?

오늘 두 분이 남자의 심리에 대해 얘기해주셔야 할 거 같아요.”

“사랑이 수학 공식처럼 정해져 있는 건 아니죠.

순간의 사랑도 사랑이고 진심 일 수 있습니다. 처음 만나서 키스한 게 뭐가 문제예요?

그냥 감정에 충실하세요. 사랑 그 자체에만 집중하세요.”

스콜은 간단명료하게 문제를 해결해 버린다.

“처음 만나서 키스는 너무 진도 빠른 거 아닌가요? 윈드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심 일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진실인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거 같아요.

저는 사연 보내주신 이분께 첫날 키스한 사실보다, 그 후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좀 더 지켜보세요...... 곧 진심인지 아닌지 밝혀질 겁니다.”

“두 분 얘기 많은 도움이 되셨을 거 같은데요. 음악 듣고 와서 계속 얘기할게요.”

***

갑자기 잡힌 라디오 회식. 아무래도 스카이의 출연으로 급히 잡힌 회식인 듯싶다.

부장님부터 온 스텝들이 윈드와 스콜과 함께 하는 1차 삼겹살에 소주,

2차 가라오케로 이어지는 회식을 즐기고 있다.

“자자.. 신나게 마시자구... 우리 라디오 프로에 최고의 그룹 ‘스카이’가 나와줘서

부장으로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네...영광이지 영광! 허허허“

“별말씀을요..... 요즘 최소양이 진행하는 썸 나이트가 대세잖아요”

“하하...그런가? 앞으로 계속 좀 잘 부탁드립니다....윈드, 스콜.....두 분.”

쉼 없이 사람을 재밌게 해주는 스콜과 달리 과묵함과 분위기로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는 윈드.

두 사람 각각 다른 매력이 넘친다.

서로 술을 권하고, 마시고, 술자리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고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어느새, 술 한 잔 들고 소양 옆에 앉는 스콜.

“한 잔 받아요....요즘 텔레비전에서 잘 보고 있어. 요즘 상종가던데?

울 동갑이니까 말 놔도 되지?”

“그, 그럼........”

못하는 술이지만, 스콜이 준 술을 한숨에 마셔버린다.

“오.. 술 잘하는데.. 한 잔 더 해.”

그리고 또 한 잔, 또 한 잔, 주는 잔을 계속 받기는 몇 잔이나 마셨을까?

머리가 빙빙 돈다. 찬 바람을 쐬고 싶다.

화장실에 갔다 밖에 나가니 건물 뒤로 작은 의자가 하나 있다.

그곳에 가니, 언제 나왔는지 스콜이 앉아있다.

벌겋게 취기가 오른 얼굴 소양을 보자 스콜이 앉을 자리를 내준다.

“여기 같이 앉아.”

한 명이 앉기엔 넓을지 모르지만 둘이 앉기엔 비좁다.

딱 붙어 앉으니 서로의 심장 소리까지 들리는 것만 같다.

“그 덩치에 벌써 취한 거야?”

“아니....좀 어지러워서”

“풍선껌 씹을래?”

“풍선껌?”

“내가 술 깨는 방법인데, 풍선껌 씹으면 술도 깨고 좋아..”

스콜이 건네는 풍선껌을 받아 씹는 소양.

딸기 맛 나는 풍선껌이다. 어렸을 때 참 많이도 씹었던 풍선껌.

풍선껌을 씹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스콜과 소양은 풍선껌을 씹으며 작은 풍선을 만들었다 접었다 해 본다.

어린아이들 장난처럼 별거 아닌데 재밌다.

그날따라 하늘엔 유난히 별이 많다, 비 온 뒤 하늘이라 그런가? 밤하늘인데 맑다.

어느샌가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한 점.

요즘은 가을이 너무 짧아 아쉽다. 여름의 끈적함과 더위를 시킬 가을이 길어야 겨울 준비도 하고,

마음을 좀 추스를 텐데....

가을이 짧아진 계절 탓에 마음의 여유조차 줄어버린 것만 같다.

“그만 들어가자. 다들 기다리겠어.”

“다들 취해서 아무도 안 기다려, 앉아”

소양의 손을 잡아끌고 의자에 앉히는 스콜.

그리고는 소양을 뚫어질 듯 바라보는 스콜 때문에 소양은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민망하다.

“날 봐! 피하지 말고.”

스콜은 잠시 소양의 얼굴을 응시한다.

눈, 코, 입 그 어디 하나 안 예쁜 구석이 없다.

완벽하게 예쁜 연예인들과 만나보았던 스콜이지만 자연미인 소양의 얼굴에

마음이 잠시 흔들린다.

“너........꽤 괜찮다.”

“괜찮다고?”

소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스콜은 소양의 머리를 잡고 부드럽지만, 너무 강렬하게

입을 맞춘다.

잠시 하는 뽀뽀 그런 거 아니다.

스콜의 입술이 소양의 입술 위에서 잠시 머물더니 금세 소양의 입술을 들춘다.

놀란 소양은 머뭇거리다 스콜의 입술을 받아들이고 만다.

....아, 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냥 그렇게 스콜이 하는 대로 둘 수밖에 없다.

소양은 숨이 막혀 버릴 거 같아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좋았어?”

소양은 말을 할 수가 없다.

“풍선껌 때문에 달콤했지?”

묘하게 웃고 있는 스콜을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 거 같은데 너무나 뛰고 있는

심장 때문에 한마디도 하기가 힘들다.

별빛 아래 스콜은 더 완벽해 보인다.

이때,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윈드.

“둘이 언제 나왔어? 뭐해?”

“어..형, 밤에 별구경 하지 뭐! 형은 왜 나왔어?”

“이런 회식 자리 ,원래 재미 없어 하잖아.”

“난 기분도 그렇고, 술 한 잔 더 마시러 들어가야겠다.

어서들 들어와, 먼저 들어갈게.”

스콜이 들어가자 윈드와 소양이 남았다.

“최소양 괜찮아요? 술 좀 많이 먹는 거 같던데...”

“괜찮아요.”

남은 최소양은 괜히 민망하다. 스콜과 키스를 들킨 사람처럼 부끄럽다.

“진짜....괜찮은 거죠?”

“그..그럼요 괜찮고 말고요...절대, 아무 일 없었어요..보실래요? 술 좀 깨려고

하나, 둘, 셋... 달밤체조 좀 한 거예요... 헤헤”

말없이 소양을 보는 윈드.

“안 괜찮아 보이는데...무슨 일 있어요?”

“아, 아뇨! 절대 절대 아무 일 없었습니다, 절대로 스콜과 아무 일 없었어요.

먼저 들어가세요.”

“난 다시 들어갈 생각 없는데, 최소양은 다시 들어갈 거예요?”

“아니...그냥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내일 스케줄 일찍 있거든요.....

윈드님은요?”

“나도 집에 가려고 나왔어요......집이 어디예요?”

“저... 홍대 쪽인데...”

“우리 숙소가 연남동이에요... 가는데 내가 데려다줄게요.”

“말 놓으세요.제가 더 어린데..”

“말은 천천히 놓으면 되고, 난 술 별로 안 먹었으니까 내 오토바이 타고 가요, 데려다 줄게”

“매니저 부르면 되는데...”

“뭘 불러요.. 나랑 가요.....”

***

바람 사이로 달리는 윈드의 오토바이는 정말 짜릿했다.

소양은 빠른 속도감에 놀라 윈드의 허리를 잡았다 놓았다 하며 어떻게 할 줄 모른다.

어정쩡한 자세로 소양은 간신히 윈드의 오토바이를 타고 내린다.

“여기가 집 맞아요?”

“네 맞아요.”

“남자랑 오토바이 처음 타 봐요? ”

“어떻게 아셨어요?”

“오토바이를 타면 허리 꽉 잡아야지, 위험하잖아. 내가 남자로 보이는 거예요?”

소양은 괜히 민망해진다.

“이렇게 오셨는데... 저희 집에 가서 라면 먹고 가실래요? 저희 집에 라면이 슈퍼보다 많아요.

말만하세요. 짜장 라면, 짬뽕 라면, 볶음 라면, 매운 라면.......“

“라....면??”

윈드에게 라면을 먹자고 하다니, 정말 소양은 자신이 말해놓고도 황당할 뿐이다!

“맛있게 익은 김치도 종류별로 다 있는데...”

“최소양! 이 새벽에 남자보고 라면 먹으러 가자는 게 어떤 의미인 줄 알아요?”

“저도 그 정도는 알죠... 연예인 친구들도 많이 왔었어요... 별일 없어요...

저 최소양이잖아요!! 별명 아시죠? 최고로 양 많이 최소양!!”

“왜 그렇게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여자처럼 말하는 거예요?”

“솔직히, 제가 여자로서는 매력이 없잖아요... 살도 좀 쪘고.”

조용히 소양을 바라보는 윈드.

살은 좀 쪘지만 사랑스럽다. 눈빛이 그 어떤 여자보다 초롱초롱 살아있다.

순수한 아이의 눈빛처럼 거짓 없이 반짝거리기만 한다.

마치,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하얀 캠퍼스, 아무도 밟지 않은 언덕위에

첫눈이 소복소복 쌓인 긴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느낌이다.

“외모가 뭐가 중요하다고, 최소양은 자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르지?”

윈드는 내소양의 뺨으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귀 뒤로 조용히 넘겨준다.

참, 윈드의 손길이 부드럽다.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무슨 말을 해야 할 거 같은데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는다.

“잘자요.”

윈드, 오토바이를 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어둠 속에서 가만 서서 윈드의 오토바이를 바라본다.

***

집으로 돌아온 소양은 불도 켜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다. 목욕탕으로 들어가 더운물을 틀고, 오랜만에 자몽 향이 나는 향초도 켜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다.

머리끝까지 물속에 담근다.

“도대체 오늘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23살 첫 키스라니......... 으, 미치겠다!”

1 엘리제이 (1화)
다음회차 기대됩니다 바로보러 고고
1 이니서니 (1화)
대박...심쿵 ...
1 안녕안녕ㅋ (1화)
첫줄부터좋네용ㅎㅎ
1 도도 (1화)
다음화 기대만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