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소에 서울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많은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지하철 안, 버스 안, 길거리에서 시간에 쫓기듯이 바쁘게 이동하는 사람들, 휘황찬란하게 빼곡히 지어져 있는 높은 건물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도로에서 움직이고 있는 수많은 차들, 밤이 되면 불빛이 반짝거리는 도심 속 이미지들, 이런 이미지들이 쉽게 떠오른다.

하지만 이렇게 서울의 일반화된 이미지와는 다르게 상반된 곳이 종종 존재하기도 한다.

시간에 쫓기듯이 바쁘게 이동하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물들도 보이지 않고, 차들이 다닐 수 있는 도로도 없고, 밤이 되어도 휘황찬란하게 불빛이 반짝거리지 않는다.

서울의 어느 달동네.

허름한 주택들이 가파른 언덕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다. 얼핏 보기에는 마치 60~70년대 이후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가파른 언덕과 어르신들이 오르락내리락 하기 버거울 정도로 많은 계단, 밤이 되면 어두컴컴해져 가로등 하나에 의지해야만 하는 동네.

그런 동네에 어느 한 가족이 살고 있었다.

젊었을 때 사업이 잘 돼서 부와 명예를 얻으며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현재 사업 실패로 인해 많은 빚을 지고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며 막노동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 59세 김한철.

어렸을 때부터 몸이 빈약했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생산직 공장에서 일을 하며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어머니 58세 이순옥.

태어났을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아 들을 수도 없고 말을 할 수 없어서 사회생활에 적응 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으며 무기력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친형 32세 김혁수.

이런 자신의 집안 사정을 인지해서 스스로 노력하여 집안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목표 하나로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고 주어진 일에 항상 모범적이고 성실하게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27세 김시훈.

서울의 어느 달동네 많은 주택들 중에서도 꼭대기쯤에 위치한 허름한 주택에서 어느 네 식구가 살고 있었다.

★★★★★

비가 주르륵주르륵 내리는 어느 새벽이었다. 하늘은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어두컴컴하다. 빗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어두컴컴한 새벽아침 일찍부터 현관문을 열고 우산을 펼치며 집을 나서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김한철.

시훈의 아버지 한철은 평소에 새벽마다 인력소에 나가서 일자리가 있는지 물어본다. 운 좋게 일자리가 있으면 일을 하고, 일자리가 없을 때는 허탕을 치고 아쉬움을 가득 안은 채 그냥 집에 돌아온다.

한철은 젊었을 때 사업이 성공해서 부와 명예를 얻으며 잘나갔었다. 하지만 결혼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사업이 점점 안 되더니 결국에는 망하게 되어 한순간에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잘나가다가 한 순간에 망하게 되면 자포자기를 하거나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철은 달랐다. 가족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간다. 그래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일을 해서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노력한다.

한철은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일찍 일어나 인력소에 가서 일자리를 구한다. 비가 오는 날에는 일자리가 별로 없어서 걱정 했지만 다행히 해가 뜨면서 비 오는 것도 멈추었다.

새벽에 비가 와서 인력소에 사람들이 별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철이 도착하기 전부터 인력소 앞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일을 하기 위해서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남자가 문을 열고 인력소에서 나오자 문 앞에서 웅성웅성 대며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집중하기 시작한다.

“어 ! 나왔다.”

인력소에서 나온 남자는 인력 소장이었다. 인력 소장은 일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근무 할 현장을 배치해 주기 위해서 인력소 앞으로 나왔다.

“자자 ~ 주목해주세요 ~”

인력소장의 말 한마디에 일을 하러 온 사람들은 괜히 긴장이 된다. 혹시 일자리가 없다고는 말하지 않을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오늘 새벽까지 비가 오다가 아침에 멈춰서 다행이네요.”

인력 소장이 날씨가 좋아졌다고 말하자 사람들은 내심 기대를 하기 시작한다.

“비가 그쳐서 다행이네 정말...”

“그러게... 오늘 일 못하고 허탕 치는 줄 알았는데....”

비가 와서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다행히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희망이 생겼나보다.

“지금부터 근무 하실 장소 알려 드릴게요 ~”

인력 소장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보며 손가락으로 사람들을 지명하기 시작한다.

“두 분은 현대 6시 반까지 가주시고... 두 분은 포스코 6시 반까지 가주시고.... 세 분은 GS 6시 반까지 가주세요. 그리고...... 오늘은 더 이상 없네요. 이상 끝 ~”

호명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있다.

“오늘도 일 못하는 구나.....”

“내일은 더 일찍 나오자고...... 에휴”

“그럽시다 ~”

한철 또한 호명을 받지 못했다. 호명을 받지 못한 한철은 아쉬운 마음에 인력소장에게 다가가 다시 한 번 물어본다.

“더 이상 일거리가 없나요 ....???”

목소리만 들어도 아쉬움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 오늘은 별로 없네요. 내일 다시 와주세요.”

아쉬운 한철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인력소장은 단호하게 말한다. 일이 없다고 하니 더 이상 떼 쓸 수도 없다.

“내일은 꼭 있어야 될 텐데... 휴...”

한철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인력소를 떠난다.

인력소에 갔지만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못하게 되는 날에는 허무하게 집으로 그냥 돌아오는 날도 종종 있다. 일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은 현재 자신의 집안 상황이 본인의 사업 실패로 인해 모두가 고통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죄책감과 괴로움이 더 든다. 그래서 그런 날에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기가 미안해서 집에 일찍 들어가지 못하고 밖을 배회한다. 밖을 배회 한다고 하기 보다는 주로 낮에 동네에서 이웃들과 술을 마신다.

한철은 오늘도 역시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동네슈퍼 앞에 있는 단상에서 이웃 2명과 모여 낮술을 마시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

“에휴..... 오늘은 꼭 일 했어야 했는데.....”

한철은 아쉬운 마음에 술 한 잔을 마신다. 안주라고는 뜯어져 있는 과자 한 봉지가 전부다.

“오늘은 그냥 운 없는 날이라고 생각해 ~ 내일 다시 나가면 일 할 수 있겠지 뭐 ~ 술 한잔해 ~”

술을 마셔 비어 있는 한철의 술잔에 동네 어르신이 위로를 해주며 빈 잔을 채워준다.

평소에 한철은 사람들에게 신세한탄도 자주 하고 힘든 소리를 많이 하지만 가족들에게만큼은 힘든 내색을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가족들에게 힘든 내색을 보이면 가족들이 더 힘들어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역시 한철은 이웃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마치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듯이 신세 한탄을 하고 있다.

“다 내 잘못이여 ~ 내 잘못 ~ 나 때문에 우리 가족들이...... 에휴....”

자주 신세한탄을 하는 한철의 얘기가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이웃 사람들은 위로를 해준다.

“아니 ~ 매일 이렇게 술만 마시면서 신세한탄을 하면 뭐가 달라지나 ~”

“맞어 ~ 너무 죄책감 갖지 말고 건강 챙기면서 가족들 곁에 든든하게 있어주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여 ~ 둘째 아들도 힘든 여건 속에서 잘 교육 시켜서 명문대에 다니고 멋있게 잘 컸잖아 ~ 그러니까 이제 부담 같은 것들은 조금 내려놓고 마음을 여유롭게 하면서 살어 ~ 그 정도면 그동안 충분히 열심히 살아왔지 뭐 ~”

한철의 집안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웃 사람들은 그동안 한철이 얼마나 노력하며 살아왔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한철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마음도 있다.

“그래 ~ 더 이상 어떻게 열심히 살어 ~ 그 정도면 됐지 뭐 ~ 힘내 한 잔 혀 ~”

이웃 사람들은 한철과 같이 술을 마셔주며 힘들어 하는 한철을 달래준다.

그날 저녁.

한철은 해가 질 저녁쯤이 되어서야 달동네 꼭대기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이 있는 집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어둠 속에 가로등만 켜져 있는 골목길을 올라가고 있는 한철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더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한철은 집 앞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간다.

집에 들어가니까 첫째 아들 혁수만 있고 다들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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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꾼 (1화)
아버지들은 참 힘들게 삽니다.
리본~ 좋은제목.
1 눈오는날모히토 (1화)
글 자체가 시나리오 읽는 느낌이다~ 남자주인공으로 고수 추천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나이가 많은가?
1 스나이퍼 탑 (1화)
결국은  성공할겁니다 고생은 헛되지  않을거예요
1 이거으니 (1화)
영화제작되서 꼭보고싶습니다.
1 승마루 (1화)
드라마에 나오겠죠?
1 카오스 (1화)
좋아요
1 그린 (1화)
기대해봅니다..
1 박남표 (1화)
좋아요
1 달무리 (1화)
작가가 구상하는 작품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하며 응원합니다